난자냉동 미혼 후기는 별로 없다. 저출생국에서 결혼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암환자여도 비혼자는 얄짤없다. 투병으로 가임능력에 영향을 준다해도 전액 자부담의 압박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  어차피 난자채취까지는 시험관아기 시술이랑 똑같으니 나는 시험관 후기도 많이 탐독했다.

암환자 가임보존 다학제를 시행하고 있어 방사선치료 시작하기전, 산부인과 협진을 잡아줬다. 그게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않았을테다. 가격도 비싸고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뭐 딱히 결혼에 목매지도 않고 애생각은 더더욱 없으니 굳이 내 발품팔 생각은 전혀없었다.

첫 상담에서 남교수왈 약부작용이 조기완경이 될수도 있다고해서 내가 난소보호주사를 맞으면 된다고 들었다고 했더니 그건 항암치료 하는 사람만 하는거고 나는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AMH 항뮬러호르몬 검사를 하면 현재 가임상태를 측정할수 있다고 해 그거부터 검사하자고 했다. 난자냉동은 영구적이지만 결정적으로 본인선택이니 잘생각하라면서.

피뽑는건 이골이 났다. 비혼은 전액비보험이라 검사비만 근 10만원 나왔다.
피뽑고 난임클리닉 여의사와 상담했다. 지도교수가 채취하고 이분은 난자 및 배아냉동을 전담하는듯. 비혼은 암환자도 백프로 자부담이라면서 공감도 많이해주고 모르는거 있음 언제든 물어보라며 공짜로 상담해주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셨다. 가격은 한번 난자채취하는 사이클에 주사값+채취비용+보관비로 이루어지는데 총250~300가량 든다고 했고 실제로 그랬다. AMH수치가 낮으면 채취할 난자개수도 적은데 만약 한두개 나올거면 삼백만원인데 하세요 하기 뭣하다고 의미가 없으니 AMH검사 결과 보고 얘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영구적이라던 냉동은 매 5년마다 갱신을 해줘야한다는 함정이 있었다. 본인이/신분증 들고/내원해서 서류작성을 해야한다.

AMH 결과가 나왔는데 같은 연령대 보다 낮은 수치였다. AMH는 0~10까지의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지만, 생리주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초음파를 봤는데 난소 크기가 작다고 했다. 난소는 난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이먹으면서 점점 크기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지만 역시 이것도 생리주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건 아니다. 그리고 생리터지고 3일 이내에 내원하라고 했다. 이말인즉  4일째면 의미없다는 건데 혹시 금요일 저녁에 터졌는데 화요일 진료면 금토일월화 5일째가 된다. 이래서 난임전문병원에서는 주말에도 상근의사가 있던데 여긴 아차하면 나가리다. 주말에 터질까봐 조마조마해서 오늘내일 터질거같은데 미리 내원하면 안되냐니까 안된단다.

그렇게 생리중에 내원했는데 배초음파보면서 난소크기 확인한듯. 뭘 봤는지 자세히 말을 안해줬다. 그리고 주사를 처방했다. 아니 생각해본다고만하고 생각해봤냐고 묻지도 않고 나는 한다고 확실히 말을 안했는데 주사맞는게 첫단추라는걸 클리닉 상담이 떠올라 그럼 시작하는거냐니까 맞단다. 퐝당... 취소하려면 주사처방난거만 취소하면되니 생각해보고 근무시간 전까지만 결정내리라고 했다. 난포가 몇개 채취 안되면 의미가 없지 않냐고

그러고 나서 주사실앞 대기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고뇌하면서 폭풍검색하고 또 고민하고, 난임클리닉 선생님이 연락하라고 하셔서 전화 드렸는데 마침 상담실 밖에 회의(?)하고있었나보다. 내사정 말하니 난자개수가 10개미만 예상된다고 솔직하게 말해줬고 지금 취소한다고 아무도 뭐라 안하니까 부담없이 취소해도 된다고 했다. 검색과 고민을 거듭하면서 마지막인데 내의지가 아니게 끝날수도 있으니 해볼까싶었는데 이렇게 환자입장에서 배려해주시는 선생님의 사려깊음과 신뢰가 확 느껴져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주사실 문을 열고 첫주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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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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