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11일에 들을 예정이었다. 갑작스럽게 엄마가 여행을 가자셔서 가족에겐 비밀이어서 뒤로 미뤘는데 제일빠른게 18일이란다. 첫날 접수했듯 당일 외래 방법도 생각 안해 본건 아니지만 별일 없을텐데 뭔 오바일까싶어 순순히 그 날짜에 갔다.

최대한 아무 생각없이 나답지 않게 많은 것들을 걱정하지 않고 그날도 언제나처럼 혼자 갔다.

문에 들어서자 오른쪽 컴퓨터 앞에 하나. 주치의 뒤로 하나. 총 세명이 앉아 있었다. 전과는 풍경이 다르네 하고 앉자마자 주치의가 말했다. 상피내암이라고. 물론 폭풍 검색을 통해 8할은 양성이고 2할이 그렇다는건 알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양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암이라고?? 갑자기 오만 잡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보험사에서 돈 조금 줄텐데... 아직 창창한 내나이에 암이라고??? 0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다, 다른 곳은 괜찮을까 암이 한번 걸리란 보장도 없지만 두번 안걸리란 보장도 없다. 내 생활패턴, 식사 중 어떤것이 문제인걸까 등등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와중에 바로 수술 날짜를 덜컥잡는다. 어벙벙해하자 혼자왔다며 가족들이랑 상의하시라고 만약 다른 병원에서 수술할거면 이 검사들은 할 필요 없다고. 오룬쪽 pc를 보던 사람이 mri ct검사에 대한 동의 사인을 태블릿을 건내며 요청했다. 뒤에 앉은 의사는 인턴이든지 레지던트인듯. 자세히 읽어볼 새도 없이 사인해야만 했다. 자세한 일정은 밖에서 안내해 줄거다 라고 해서 나와 무슨검사가 주루루룩 적힌 진료 안내서를 받아 예약 일정을 잡으라고 한다. 몇개는 형광펜으로 슥슥 긋고. 다시 접수처로 또 나가서 예약잡고 중증환자 등록 사인을 받았다. 이제 급여의 5%만 내고 비급여는 100% 기존 그대로라고. 등록일은 의사가 조직검사를 발표한 날이 아닌 진단한 날 기준이었고 약 2주전인데 왠지 손해본 느낌. 줄줄이 검사 예약을 잡고 본관 병동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다음달부터 중국어학원을 몇달치를 끊은데다 1월에 지텔프 시험 접수했는데 학원은 환불 안되고 지텔프는 수술날짜가 겹치니 연기해달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구차해서 취소해야지. 본관 접수처 그 시장통같은 데서 한참을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울음이 터지려 하다가 말고 다시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담담하면서도 얼떨떨했다. 나는 건강관리에 대해 신경 전혀 안쓰는 사람만 걸리는 줄 알았다. 간간히 비타민 주사도 맞고 요즘은 안먹었지만 영양제도 먹었는데 대체 왜????

집에오자마자 급피로해져서 바로 쓰러져 잤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잠결에 받아서 비몽사몽했는데 접수처에서 예약잡고 다시 와서 입원절차 듣고 형광펜 칠한 것들 하고 갔어야하는 것들이라고. 그럼 종이에 오늘 가야한다고 쓰던가. 어차피 여기서 수술 안할거면 필요없는데 일정 타이트하네 속우로 생각하고 예약만 잡으라한거 아니었냐고 몰랐다고 죄송하다했다. 수화기 너머로 경황이 없으니 그러셨던거 같다고 20일날 올때 하면 된다고 하고 끊었다.

또 딥슬립. 슬쩍 깨서 아는 지인이 같은암에 걸려서 물어보자 해서 작년초에 연락받은 오랜 카톡에 정말 의심스러운 선톡을 했다. 바쁘냐고... 안바쁘대서 전화했더니 근무중이었던 모양.  퇴근하고 연락준다함. 근데 내목소리 왜캐 바뀌었냐며 나 아닌줄 알았다고하는데 카톡사기 의심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나라도 그런생각할게 당연했다. 너무 뜬금 없었으니까.

또 딥슬립. 피곤함이 심해서 깨어보니 10시였다. 지인의 전화를 기다리며 인터넷 좀 하는데 12시가 되어도 연락이 없어서 더 늦으면 미안한 시간이라 다시 연락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아산병원에서 했다고 하고 방사능은 어디서 했다고 하고 암걸린지 5년인데 완치한 모양이다. 축복같고 위로를 많이 해줬고 수술끝나면 연락달라고 한다. 수술날 가족한테 수술동의서 보호자 사인 걱정이었는데 지인은 가족한테 다 말했던 모양이다. 혈육한테 부탁하자니... 또 엄마한테 말할거 같고 축소해서 말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할까해서 폭풍 검색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없긴 없나보다.

어버이가 제일 걱정이다. 가뜩이나 섬세하신 성격에 걱정이 많으신데 내 병을 알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지, 얼마나 쇼크를 받을지...
나는 괜찮은데 엄마아빠가 슬픈게 싫다. 절대 절대 말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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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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